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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2장 항해와 파선

마침내 바울은 로마로 가고 있었다. 누가는 “우리의 배 타고 이달리야로 갈 일이 작정되매 바울과 다른 죄수 몇 사람을 아구사도 대(隊)의 백부장 율리오란 사람에게 맡기니 아시아 해변 각처로 가려 하는 아드라뭇데노 배에 우리가 올라 행선할새 마게도냐의 데살로니가 사람 아리스다고도 함께 하니라”고 기록하였다.

서기 1세기에 바다로 여행하는 데는 특별한 고난과 위험이 따랐다. 선원들은 주로 해와 별의 위치를 보고 그들의 진로를 정하였으므로 해와 별들이 나타나지 아니하고 폭풍우의 징후가 있을 때 선주들은 대양으로 모험하기를 두려워하였다. 한 해의 어떤 기간에는 안전한 항해가 거의 불가능하였다.

이제 사도 바울은 이탈리아로 가는 길고도 지루한 항해 동안 사슬에 매인 죄수로서 그에게 주어진 괴로운 경험을 견디어야만 하였다. 한 가지 사실이 그의 고난을 크게 경감시켰는데 그것은 그가 누가와 아리스다고를 동반하도록 허락을 받은 것이었다. 후에 바울은 골로새인들에게 보내는 그의 편지에서 아리스다고를 그와 “함께 갇힌 자”(골 4:10)라고 언급하였으나 이것은 아리스다고가 고통 중에 있는 바울을 섬길 수 있도록 자원하여 그의 속박에 동참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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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해는 순조로이 시작되었다. 다음날 그들은 시돈 항에 닻을 내렸다. 이곳에서 백부장 율리오가 “바울을 친절히” 대하였다. 그는 이곳에 그리스도인들이 있다는 말을 듣고 “친구들에게 가서 대접받음을 허락하”였다. 건강이 나쁜 사도는 이에 대하여 크게 감사히 여기었다.

시돈을 떠나자 배는 역풍을 만나 직접 가는 노선에서 쫓기어 서서히 행진하였다. 루기아 도의 무라 성에서 백부장은 이탈리아 해안으로 가는 큰 알렉산드리아 배를 발견하고 즉시 죄수들을 이 배로 옮기었다. 그러나 여전히 역풍이어서 그 배의 진행이 어려웠다. 누가는 “배가 더디 가 여러 날 만에 간신히 니도 맞은편에 이르러 풍세가 더 허락지 아니하므로 살모네 앞을 지나 그레데 해안을 의지하고 행선하여 간신히 그 연안을 지나 미항이라는 곳에 이르”렀다고 기록하고 있다.

미항에서 그들은 순풍을 기다리기 위하여 얼마 동안 체류할 수밖에 없었다. 겨울이 속히 다가오고 있었으므로 “행선하기가 위태”하였고 배를 책임 맡은 사람들은 그 계절 전에 그들의 목적지에 도착하려는 희망을 버릴 수밖에 없었다. 이는 그 해에는 바다로 여행하는 것을 그쳐야 하는 까닭이었다. 다만 결정해야 할 문제가 있다면 미항에서 체류할 것인가 혹은 겨울을 보내기에 더 좋은 곳으로 갈 것인가 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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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는 진지하게 토의되었고 마침내 백부장은 모든 선원들과 군사들에게서 존경을 받는 바울에게 문의하였다. 사도는 주저하지 않고 저희가 있는 이곳에 체류할 것을 권고하였다. 사도는 “이번 행선이 하물과 배만 아니라 우리 생명에도 타격과 많은 손해가 있으리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선장과 선주와” 여객과 선원의 대다수가 이 권고를 받아들이고자 아니하였다. 저희가 닻을 내린 그 항구가 “과동(過冬)하기에 불편하므로 거기서 떠나 아무쪼록 뵈닉스에 가서 과동하자 하는 자가 더 많으니 뵈닉스는 그레데 항구라 한편은 동북을, 한편은 동남을 향하였”다.

백부장은 다수의 판단에 따르고자 결정하였다. 따라서 “남풍이 순하게 불매” 그들은 곧 바라던 항구에 도착하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미항에서 출항하였다. 그러나 “얼마 못되어…광풍이 대작하니 배가 밀려 바람을 맞추어 갈 수 없”었다.

폭풍에 밀려 배는 가우다라는 작은 섬에 접근하였고 섬에 피하여 있는 동안 선원들은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였다. 배가 침몰할 경우 피할 수 있는 유일한 방편인 구명선은 달고 다니는 것이어서 어느 순간에 부딪혀 산산조각이 날 지 알지 못하였다. 그들이 먼저 해야 할 일은 이 구명선을 선체에 끌어올리는 것이었다. 그 후에 할 수 있는 모든 예방 조치로써 배를 든든히 하고 폭풍우를 이길 수 있도록 준비하였다. 그들은 작은 섬이 베푼 적은 보호를 오래 이용할 수 없었으며 얼마 후 그들은 다시 광풍에 휩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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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밤 동안 폭풍은 맹렬하였고 경계한 보람도 없이 배에는 물이 새어들었다. “이튿날 사공들이 짐을 바다에 풀어 버”렸다. 밤은 다시 왔으나 바람은 자지 아니하였다. 폭풍으로 돛대가 부러지고 돛이 찢어진 배는 격노한 바람에 이리저리 밀려 다녔다. 배가 폭풍의 충돌로 비틀거리고 흔들릴 때마다 신음하는 듯한 선체는 부서질 것처럼 보였다. 침수는 신속히 증가되었고 여객들과 선원들은 계속 물을 퍼내는 일을 하였다. 배에 탄 사람들은 누구 하나 한 순간이라도 쉴 수 없었다. 누가는 “사흘째 되는 날에 배의 기구를 저희 손으로 내어 버리니라 여러 날 동안 해와 별이 보이지 아니하고 큰 풍랑이 그대로 있으매 구원의 여망이 다 없어졌더라”고 기록하였다.

14일 동안 그들은 해도 달도 없는 하늘 아래 표류하였다. 사도는 그 자신이 비록 육체적으로 고통을 당하고 있으면서도 가장 어두운 시간에 희망의 말을 하였고 모든 위급한 경우에 도움의 손이 되었다. 그는 믿음으로 무한하신 능력의 팔을 굳게 붙잡았고 그의 마음은 하나님을 의지하였다. 그는 그 자신에 대하여 염려하지 아니하였다. 하나님께서 그리스도의 진리를 로마에서 증거하도록 그를 보호하시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러나 그의 마음은 죄에 빠져 준비 없이 죽어 가는 그의 주위에 있는 죄악이 많은 가련한 영혼들에 대한 동정으로 충만하였다. 바울은 그들의 생명을 아껴 주시기를 하나님께 열렬히 호소하였고 그의 기도가 응답되었음이 그에게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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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이 가라앉는 것을 이용하여 바울은 갑판 위에 서서 음성을 높여 “여러분이여 내 말을 듣고 그레데에서 떠나지 아니하여 이 타격과 손상을 면하였더면 좋을 뻔하였느니라 내가 너희를 권하노니 이제는 안심하라 너희 중 생명에는 아무 손상이 없겠고 오직 배뿐이리라 나의 속한바 곧 나의 섬기는 하나님의 사자가 어제 밤에 내 곁에 서서 말하되 바울아 두려워 말라 네가 가이사 앞에 서야 하겠고 또 하나님께서 너와 함께 행선하는 자를 다 네게 주셨다 하였으니 그러므로 여러분이여 안심하라 나는 내게 말씀하신 그대로 되리라고 하나님을 믿노라 그러나 우리가 한 섬에 걸리리라”고 하였다.

이 말을 듣자 희망이 소생하였다. 여객들과 선원들은 무감각에서 깨어났다.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이 있었고 파멸을 막기 위하여 저희 힘으로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하였다.

떠밀어 올리는 검은 물결에 밀린 지 열 나흘째 밤이 되어 “밤중”에 선원들은 부서지는 파도 소리를 듣고 “어느 육지에 가까워지는 줄을 짐작하고 물을 재어 보니 이십 길이 되고 조금 가다가 다시 재니 열다섯 길이라 암초에 걸릴까하여 고물로 닻 넷을 주고 날이 새기를 고대”하였다고 누가는 기록하였다.

동이 틀 때에 폭풍이 부는 해안의 윤곽은 희미하게 볼 수 있었으나 낯익은 육상의 목표물은 보이지 아니하였다. 전망이 매우 암담함으로 이교도의 선원들은 모두 용기를 잃고 “도망하고자 하여”, “이물에서 닻”을 내릴 준비를 하는 체하면서 벌써 구명선을 내려놓았다. 바울이 그들의 비열한 계책을 알고 백부장과 군사들에게 “이 사람들이 배에 있지 아니하면 너희가 구원을 얻지 못하리라”고 말하였다. 군사들은 즉시 “거룻줄을 끊어” 바다로 “떼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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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위험한 순간이 아직도 그들 앞에 있었다. 다시 사도는 격려의 말을 하고 선원들과 여객들 모두에게 간청하여 음식을 먹도록 하고 “너희가 기다리고 기다리며 먹지 못하고 주린 지가 오늘까지 열나흘인즉 음식 먹으라 권하노니 이것이 너희 구원을 위하는 것이요 너희 중 머리 터럭 하나라도 잃을 자가 없느니라”고 말하였다.

“떡을 가져다가 모든 사람 앞에서 하나님께 축사하고 떼어 먹기를 시작하”였다. 그렇게 하니 바울이 아니었더면 절망에 빠졌을 피곤에 지치고 낙담한 275명의 무리가 사도와 함께 음식을 먹었다. “배부르게 먹고 밀을 바다에 버려 배를 가볍게 하였”다.

이제는 낮이 완전히 되었으나 그들은 그들의 위치를 결정할 수 있는 어떤 것도 볼 수 없었다. 그러나 “경사진 해안으로 된 항만이 눈에 띄거늘 배를 거기에 들여다 댈 수 있는가 의논한 후 닻을 끊어 바다에 버리는 동시에 킷줄을 늦추고 돛을 달고 바람을 맞추어 해안을 향하여 들어가다가 두 물이 합하여 흐르는 곳을 당하여 배를 걸매 이물은 부딪혀 움직일 수 없이 붙고 고물은 큰 물결에 깨어져 가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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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울과 다른 죄수들은 이제 파선보다 더 무서운 운명의 위협을 받았다. 군사들은 육지에 도달하려고 노력하는 동안 저희가 책임진 죄수들을 지키는 일은 불가능하리라는 것을 알았다. 각인들은 자신들을 구원하기 위하여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다. 그러나 만일 죄수 중에 하나라도 놓치게 되면 그 죄수를 책임진 사람들은 그 벌로 생명을 잃을 것이다. 그러므로 군사들은 죄수들을 모두 죽이고자 하였다. 로마법은 이 잔인한 정책을 재가하였으므로 이 계획은 즉시 집행되어야 하였다. 그러나 살아남은 모든 사람들이 바울에게 깊은 은혜를 입고 있었다. 백부장 율리오는 바울이 배에 탄 모든 생명을 구원하는 도구가 되었다는 사실을 알았고 또한, 주께서 그와 함께 계심을 확신하였으므로 바울을 해하기를 두려워하였다. 그러므로 그는 “헤엄칠 줄 아는 사람들을 명하여 물에 뛰어 내려 먼저 육지에 나가게 하고 그 남은 사람들은 널조각 혹은 배 물건에 의지하여 나가게 하니 마침내 사람들이 다 상륙하여 구원을 얻”었다. 점호를 하였을 때 잃은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파선을 당한 선원들은 멜리데 토인들의 친절한 영접을 받았다. 누가는 “토인들이…비가 오고 날이 차매 불을 피워 우리를 다 영접하”였다고 기록하였다. 바울은 다른 사람들을 위로하기 위하여 활발하게 봉사하는 이들과 함께 하였다. 바울이 “한뭇 나무”를 모아 “불에 넣”었을 때 “뜨거움을 인하여 독사가 나와 그 손을 물고 있”었다. 보고 있던 사람들은 공포에 사로잡혔으며 그의 쇠사슬을 보고 바울이 죄수임을 알고 서로 말하기를 “진실로 이 사람은 살인한 자로다 바다에서는 구원을 얻었으나 공의가 살지 못하게 하심이로다”고 하였다. 그러나 바울은 그 독사를 흔들어 불에 떨어뜨렸고 그는 아무 해를 입지 아니하였다. 백성들은 그 독성을 앎으로 바울이 어느 때라도 무서운 고통중에 쓰러지리라고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나 “오래 기다려도 그에게 아무 이상이 없음을 보고 돌려 생각하여 말하되 신이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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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의 무리가 멜리데에 머물러 있던 석 달 동안 바울과 그의 동역자들은 복음을 전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이용하였다. 놀라운 방법으로 주께서는 그들을 통하여 일하셨다. 파선된 온 무리는 바울 때문에 크게 친절한 대우를 받았으며 그들의 모든 필요는 공급을 받았고 멜리데를 떠날 때 그들은 항해를 위하여 필요되는 모든 것을 관대하게 공급받았다. 누가는 그들이 체류하는 동안에 일어난 중요한 사건들을 다음과 같이 짤막하게 언급하고 있다.

“이 섬에 제일 높은 사람 보블리오라 하는…부친이 열병과 이질에 걸려 누웠거늘 바울이 들어가서 기도하고 그에게 안수하여 낫게 하매 이러므로 섬 가운데 다른 병든 사람들이 와서 고침을 받고 후한 예로 우리를 대접하고 떠날 때에 우리 쓸 것을 배에 올리”워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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