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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빈의 심적 고민

하나님께서는 당신의 사업을 추진하기 위하여 여전히 일꾼들을 준비시키고 계셨다. 파리의 어느 학교에 사려 깊고 침착한 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이미 강력하고 예민한 정신력을 소유한 증거를 나타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는 지적 열성과 신앙적 헌신뿐만 아니라 고결한 생애의 특성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의 천재적 지능과 근면은 곧 그 대학의 자랑거리가 되었다. 존 칼빈은 교회의 가장 유력하고 존경할 만한 옹호자가 될 것이 확실시되었다. 그러나 하늘의 빛이, 칼빈을 둘러싸고 있던 스콜라 철학과 미신의 장벽을 뚫고 그의 마음속으로 들어갔다. 그는 떨리는 마음으로 그 새로운 교리에 대하여 듣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그 교리를 선포하는 이단자들이 화형을 당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는 전혀 예기치 않게 그 이단설과 접하게 되었으므로 개혁파의 교리를 대항하기 위하여서는 로마교의 신학의 능력을 시험하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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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파에 가담한 칼빈의 사촌 한 사람이 파리에 살고 있었다. 그 두 사람은 때때로 만나서 당시 그리스도교국을 혼란케 하고 있는 문제들을 함께 토론하였다. 프로테스탄트인 올리베탄 (Olivetan) 은 다음과 같이 말하였다. “이 세상에는 두 가지 종교밖에 없다. 그 중의 한 가지 종교는 사람이 고안해 낸 것으로서, 그것은 의식 (儀式) 과 선한 행실을 통하여 사람이 자기의 힘으로 구원을 얻는다는 것이다. 또 다른 종교는 성경에 밝히 계시된 것인데 그것은 하나님께서 사람에게 값없이 주시는 은혜를 통하여서만이 주어지는 구원을 바라보도록 사람에게 가르치고 있다.”

이에 대하여 칼빈은 “나는 그대의 새 교리를 조금도 받아들이지 않겠다. 그대는 내가 지금까지 오류 가운데서 살아왔다고 생각하는가” (Wylie, b.13, ch.7) 라고 부르짖었다.

그러나 칼빈의 심중에는 여러 가지 생각이 떠올라 자기의 의지로는 도저히 그것들을 물리칠 수가 없었다. 그는 홀로 자기의 방에서 사촌의 말을 깊이 생각하게 되었다. 죄의 자각이 그에게 떠나지 않았다. 그는 중보자 없이 성결하고 의로우신 재판장 앞에 서 있는 자기 자신을 보았다. 성도의 중보, 선행, 교회의 의식, 그 모든 것들이 죄를 속하는 데는 무력하였다. 앞길은 암담하여 오직 영원한 절망이 있을 뿐이었다. 교회의 학자들은 그의 근심을 해결해 주고자 노력하였으나 허사였다. 고해 성사와 고행도 신뢰할 만한 것이 못되었다. 그것들은 심령을 하나님과 화목시켜 줄 수 없었다.

이와 같이 무익한 투쟁을 계속하고 있을 동안, 칼빈은 어느 날 우연히 큰 광장에 나가서 소위 이단자를 화형시키고 있는 광경을 보았다. 그는 순교자의 얼굴에 화평의 빛이 빛나고 있는 것을 보고 이상한 충격을 받았다. 무서운 죽음의 고통 속에서, 그보다 더욱 무서운 교회의 정죄의 선고를 받고서도 순교자는 믿음과 용기를 나타내었다. 그 때에 청년 칼빈은 그러한 믿음과 용기를 가진 순교자와, 가장 엄격하게 교회에 순종하는 생애를 하면서도 오히려 절망과 암흑 속에서 헤매고 있는 자기 자신을 괴로운 마음으로 비교해 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는 이단자들이 그들의 믿음을 성경에 두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는 성경을 연구하여 할 수 있는 대로 그들의 기쁨의 비밀을 찾아내고자 결심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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