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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루살렘의 함락

티투스는 군사들의 분노를 진정시킬 수 없음을 알고 장교 (將校) 들과 함께 몸소 성전 내부를 조사하였다. 그들은 그 성전의 장려 (壯麗) 함과 화려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 성소까지는 불길이 미치지 아니하였으므로 그는 그것을 구해내기 위하여 있는 힘을 다하여 노력하였다. 그리고 그는 뛰어나오면서, 불길을 막으라고 군사들을 독려하였다. 백부장 리베랄리스 (Liberalis) 는 그의 참모 장교들과 함께 그의 명령에 복종케 하려고 힘써 보았다. 그러나 로마 황제에 대한 군사들의 존경심조차도 유대인들에 대한 심한 분노, 전투의 격렬한 흥분, 그리고 탐욕스러운 약탈에의 갈망을 막을 수 없었다. 군인들은 자기들의 주위에 있는 모든 것들이 금으로 찬란하게 빛나는 것을 보았는데 그것은 타오르는 화염에 반사되어 눈이 부시도록 빛났다. 그들은 성소 안에는 헤아릴 수 없는 보화가 감춰져 있을 것으로 생각하였다. 드디어 한 사병이 아무도 모르게 성소의 문의 돌쩌귀들 사이로 불붙은 횃불을 던져 넣자, 온 건물은 삽시간에 화염에 싸여 버렸다. 자욱한 연기와 불길 때문에 장교들과 군사들은 부득이 물러나오게 되었고, 마침내 그 훌륭한 건물은 파멸당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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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것이 로마군에게 그처럼 소름끼치는 광경이 되었다면 유대인에게 있어서는 얼마나 더욱 그러했겠는가! 온 성이 내려다보이는 산꼭대기 전체는 하나의 활화산 (活火山) 처럼 불타고 있었다. 건물들은 굉음과 함께 하나씩 하나씩 차례로 넘어져 불구덩이 속으로 삼켜지고 말았다. 백향목 지붕은 불붙은 종잇장들과 같았고, 도금한 첨탑 (尖塔) 들은 새빨간 쇠꼬챙이처럼 빛났고, 탑루 (塔樓) 는 높은 불과 연기 기둥이 되어 버렸다. 가까이 있는 산들은 불빛에 비취어 환하게 드러났고, 그 멸망의 과정을 공포에 질린 채 염려하면서 주시하고 있는 낙담한 무리들이 불빛에 드러났다. 그리고 성벽 위에와 성 중 높은 곳들은 사람들로 번잡을 이루었는데 그 중에는 절망적인 고민으로 새파랗게 질린 사람들도 있었고, 한편으로는 무익한 복수심으로 얼굴을 찌푸린 사람들도 있었다. 뛰어다니는 로마 병정들의 함성, 불에 타서 죽어가는 사람들의 애처로운 부르짖음이 불붙는 소리와 건물의 재목들이 무너져 내려앉는 큰 소리와 뒤섞여 들렸다. 그리고 그 소리들은 사람들의 울부짖는 소리와 합하여 산울림이 되어 돌아왔다가는 다시 돌아갔다. 성벽 위에도 비명과 통곡의 소리가 뒤섞였으며, 주려서 거의 죽게 된 사람들도 그들의 남은 기운을 다하여 고민과 비탄의 부르짖음을 발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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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내의 살육은 성 밖의 그것보다도 더욱 비참하였다. 남자나, 여자나, 늙은이나 젊은이, 폭도나 제사장, 싸우는 자나 자비를 구하는 자나 무차별하게 학살을 당하였다. 죽임을 당한 자들의 수효는 죽이는 자들의 수효보다 훨씬 더 많았다. 로마 군인들은 도륙하는 일을 하기 위하여 그 주검의 무더기를 기어 올라가야 했다 (Milman, The History of the Jews, book 16).

성전이 파괴된 후에 온 성은 곧 로마군의 수중에 들어가고 말았다. 유대의 지도자들은 난공불락이라고 생각하던 그들의 보루 (堡壘) 를 내어버리고 달아났으므로 티투스가 거기 이르렀을 때에는 오직 적막뿐이었다. 그는 그 보루들을 보고 놀랐으며 하나님께서 그것들을 자기에게 주셨다고 말하였다. 왜냐하면 아무리 강력한 적군일지라도 능히 이와 같이 거대한 보루들을 대항하여 점령할 수 없는 까닭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 도성과 성전이 완전히 파괴되어 그 거룩한 성전의 터는 “밭같이 경작함을 당하였다” (렘 26:18). 그 성의 포위와 뒤이은 학살 때문에 목숨을 잃은 자들은 수백만에 달하였고, 남은 자들은 포로가 되어 갔거나 종으로 팔려 가게 되었으며, 승리자의 개선을 영광스럽게 하기 위하여 로마로 끌려가서 원형극장에서 짐승의 밥이 되기도 하고, 혹은 유랑의 백성이 되어 사방으로 유리하는 자가 되기도 하였다.

유대인들은 그들이 찰 차꼬를 스스로 만들었고, 그들이 마실 복수의 잔을 스스로 채웠다. 그들이 국가적으로 당한 완전한 멸망이나, 그들의 방황하는 처지에서 받은 저주는 그들 자신의 손으로 뿌린 것을 거두는 데 불과했다. 선지자는 “이스라엘아 네가 패망하였나니”, “네가 불의함을 인하여 엎드러졌느니라” (호 13:9, 14:1) 고 말하였다. 그들이 당한 고난을 하나님께서 직접 내리신 징벌로 흔히들 이야기한다. 대기만자는 이와 같이 하여 자기가 행한 일을 숨기려고 애쓴다. 하나님의 자비를 완강하게 거절함으로 말미암아 유대인들은 그들에게서 하나님의 보호하심이 떠나가게 하였으며 사단은 그들을 마음대로 주관하도록 허락받았던 것이다. 예루살렘의 멸망에 나타난 무섭고 잔혹한 모든 사건들은 자신을 사단의 지배에 맡기는 자들에게 사단이 얼마나 무서운 마력 (魔力) 을 휘두르는지를 보여주는 하나의 실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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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우리가 누리는 평안과 안전에 대하여 그리스도께 얼마나 큰 빚을 지고 있는지 알 수 없다. 사람들을 사단의 지배에 완전히 빠지지 않도록 해주는 것은 하나님의 억제하시는 능력이다. 불순종하고 배은망덕한 자일지라도 악한 자의 잔인하고 사악한 세력을 막아 주시는 하나님의 자비와 오래 참으심에 대하여 감사하여야 할 큰 이유가 있다. 그러나 사람이 하나님의 오래 참으심의 한계를 벗어나게 되면 그와 같은 견제 (牽制) 는 제거된다. 하나님께서는 범죄에 대한 판결을 집행하시는 분으로 죄인 앞에 서지 않으신다. 그러나 그분께서는 당신의 자비를 거절하는 자들을 버려 두시사 그들 스스로 심은 것을 거두게 하신다. 모든 진리의 빛을 거절한 것, 모든 경고를 멸시하고 유의하지 아니한 것, 온갖 정욕에 빠진 것, 하나님의 율법을 범한 것 등은 틀림없이 뿌린 대로 수확하게 될 씨이다. 하나님의 신은 완고하게 거절하는 죄인에게서 마침내 떠나신다. 그렇게 될 때, 영혼의 악한 정욕을 제어할 능력이 없어지고 사단의 원한과 적의 (敵意) 로부터 보호를 받지 못하게 된다. 예루살렘의 멸망은 하나님께서 주시는 거룩한 은혜를 소홀히 여기고 하나님의 자비의 호소를 거스르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두렵고도 엄숙한 경고이다. 죄에 대한 하나님의 증오와 죄인이 받을 분명한 형벌에 대하여 이보다 더 결정적인 증언을 주신 때는 일찍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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