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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때에 개혁 사업은 큰 위기를 맞이하였다. 법왕은 제네바에 대하여 파문의 선고를 내렸고, 강국들은 제네바를 멸망시키겠다고 위협하였다. 흔히 왕들과 황제들까지도 강제로 굴복시키던 그 강력한 교직 정치를 이 작은 도시가 어찌 능히 대항할 수 있으며, 그것이 세상을 정복한 큰 군대들을 어떻게 저항할 수 있을까?
모든 그리스도교국에서 개신교는 흉악한 원수들에게 위협을 당하였다. 개혁 사업의 최초의 승리는 지나갔다. 로마교는 개혁 사업을 진멸시키기 위하여 새 세력들을 구축하였다. 이때에 법왕교의 투사들 가운데 가장 잔인하고, 무법하고, 강력한 제수이트당이 조직되었다. 그들은 혈연적 관계와 인간적 사리도 무시하고, 인정의 요구와 이성 (理性) 과 양심에도 무감각하여 그것들을 완전히 배척해 버리고, 규율과 유대 관계도 무시하고, 오직 저들의 규칙에 의지하여 자기들의 세력을 확장하는 데만 진력하였다 (부록 17 참조). 그리스도의 복음은, 그것을 고수하는 사람들로 하여금 위험을 무릅쓰고 고난을 참게하고, 추위와 주림과 수고와 빈곤도 겁내지 않게 하고, 고문대와 감옥과 화형주 앞에서도 진리의 깃발을 높이 들게 하여 주었다. 그런데 이 세력을 대항하기 위하여 제수이트당은 그 추종자들에게 광신을 불러일으켜서 온갖 위험들을 견딜 수 있게 하고, 각종 기만의 무기들로 진리의 세력을 반대하게 하였다. 그들은 아무리 큰 죄라도 범할 수 있었고, 아무리 저급한 거짓도 행할 수 있었고, 어떤 가장 (假裝) 도 어려움 없이 꾸밀 수 있었다. 항구적인 빈곤과 검소한 생활을 맹세하였지만, 그들의 목적은 부와 권력을 얻고, 개신교를 전복시키고, 법왕의 최상권을 재기시키는 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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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의 단체에 속한 당원의 입장에 설 때에, 그들은 거룩한 의복을 입었고, 그들은 감옥과 병원을 방문하면서 병자와 불쌍한 사람들에게 봉사하고, 세상을 버렸노라고 공언하였고 두루 다니며 착한 일을 행하신 예수님의 거룩하신 이름으로 그런 일을 하노라고 말하였다. 그러나 외모로는 아무런 흠도 없이 보이는 그들이 때때로 가장 죄악적이요, 치명적인 목적을 감추고 있었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시킨다는 것이 그 단체의 근본 원칙이었다. 이 원칙에 의하여 거짓말, 도적질, 거짓 증거, 암살 같은 것도 그것이 교회를 이롭게 하는 일일 때 용서받을 수 있는 일일 뿐만 아니라 오히려 칭찬받을 만한 일이 되었다. 제수이트 당원들은 여러 가지 모양으로 가장하여 나라의 공직자들이 되고 왕의 고문관들의 지위에도 올라가서 나라의 정책을 세우는 일들을 하였다. 그들은 정탐꾼 노릇을 하기 위하여 남의 종도 되었다. 그들은 왕족들과 귀족들을 위한 대학들과 평민들을 위한 학교들을 세워서 개신교도들의 자녀들로 하여금 법왕교의 의례 (儀禮) 를 지키도록 하였다. 외관상으로 화려하고 찬란해 보이는 로마교의 의식들은 사람들의 마음을 혼란하게 만들고 상상력을 현혹시켰다. 그러므로 조상들이 수고하고 피 흘려 얻은 자유를 그 자녀들은 배반하였다. 제수이트당은 급격히 온 유럽에 퍼졌다. 그리하여 그들이 가는 곳에는 어디든지 법왕교의 부흥이 뒤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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