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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앞에서 신앙을 고백함

그가 두 번째 의회에 섰을 때에 그의 얼굴에는 아무런 공포와 난처한 기색이 보이지 아니하였다. 그는 조용하고, 평화롭고, 그러면서도 극히 용감하고 의기양양하게 하나님의 증인으로서 지상의 세도 있는 고관들 앞에 섰다. 그 때에 황실의 관리는 그에게 자기의 주장을 취소하고자 결정했는지 물어 보았다. 루터는 침착하고, 겸손하고, 아무런 격렬한 감정이 섞이지 아니한 어조로 대답하였다. 그의 태도는 겸손하고 존경할 만하였다. 그러나 그는 의회가 놀라지 않을 수 없을 만큼 하나님께 대한 신뢰와 기쁨을 나타냈다.

“지극히 존엄하신 폐하여! 고귀하신 왕후 (王侯) 들과 인자하신 영주 (領主) 들이여! 오늘 본인이 여기 출정 (出廷) 하게 된 것은 어제 분부하신 명령에 따라 나온 것입니다. 하나님의 긍휼을 힘입어 본인은 존엄하신 폐하와 여기 열석하신 전하 제위께서 본인이 의롭고 진실하다고 확신하고 있는 사업에 대하여 변호하는 말을 특별하신 사랑으로 들어주시기를 간원하나이다. 그리고 본인의 무지로 인하여 궁정의 관례나 예법을 범하는 일이 있을지라도 너그러이 용서하여 주시기를 탄원하는 바입니다. 본인은 승원에 묻히어 있었을 뿐이며 궁정에 나아가 본 일이 없기 때문입니다” (D’Aubigne, b.7, ch.8).

이와 같이 말한 다음에 그는 질문에 관하여, 자기의 저서들은 모두가 동일한 부류의 것이 아니라고 말하였다. 첫째 부류는 신앙과 선행에 대하여 기록한 것으로, 이것은 그의 원수들까지도 해로운 것이 아닐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유익한 것들로 취급하였다. 이런 저서들을 취소하는 것은 만인이 인정하는 진리를 부인하는 일이 될 것이었다. 둘째 부류의 것은 법왕교의 부패와 나쁜 폐단을 폭로하는 저서들로 이루어졌다. 이런 저서들을 폐기 (廢棄) 하는 것은 로마의 포악을 한층 더 조장 (助長) 하여 더욱 심한 불경건을 맞이하기 위하여 문을 넓게 여는 것이 될 것이었다. 셋째 부류의 저서에서 그는 현존한 악폐 (惡幣) 를 옹호한 개인들을 공격하였다. 그런 부류의 저서에 관하여 그는 그 내용이 과격한 점이 있으며, 잘못된 점이 전연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음을 솔직히 고백하였다. 그러나 그는 이런 종류의 저서들도 취소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만일 그렇게 하면, 진리의 원수들은 한층 더 완강하게 되어 하나님의 백성을 더욱 잔인하게 취급할 염려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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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계속하여 말하였다. “그렇지만 나는 다만 한 사람의 인간이요 하나님이 아닙니다. 그러므로 나는 그리스도께서 행하신 것처럼 나의 말이 만일 악하면 그 악한 사실을 증거해 달라고 내 자신을 변호합니다. …하나님의 자비를 힘입어 나는 지존하신 황제와 인자하신 왕후 (王侯) 들과 모든 고관 제위에게 사도들과 선지자들의 글로써 본인의 잘못을 지적하여 달라고 간원하는 바입니다. 그와 같이 하여 본인의 잘못을 깨닫게 되면 나의 모든 오류를 즉시 취소하겠습니다. 그리고 본인이 자진해서 저의 저서들을 불 가운데 던져 버리겠습니다.

본인이 지금 명백히 진술한 것은 본인 자신이 현재 당면하고 있는 위험에 대하여 조심성 있게 헤아려 보고 생각한 연후에 진술한 것임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그러나 본인은 오늘날 복음이 옛날과 마찬가지로 물의 (物議) 와 분쟁의 원인이 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기쁘게 여기는 바입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말씀이 가진 특성으로 볼 때 필연적인 일입니다. ‘내가 세상에 화평을 주러온 줄로 생각지 말라 화평이 아니라 검을 주러 왔노라’ (마 10:34) 고 예수 그리스도께서는 말씀하셨습니다. 하나님께서는 놀랍고도 두려운 권고를 하고 계십니다. 우리는 분쟁을 멈추려고 함으로 도리어 거룩한 하나님의 말씀을 핍박하게 되고, 우리 자신에게 견딜 수 없는 위험과 현세의 불행과 영원한 멸망을 가져오는 결과를 초래할까 경계해야겠습니다. …본인은 하나님의 말씀에서 많은 실례를 들 수 있습니다. 바로와 바벨론의 임금들과 이스라엘의 임금들이 그들의 나라를 외관상으로 가장 지혜롭고 강하게 만들 수 있을 것처럼 보이는 권면을 따라 노력하였을 때보다 더욱 그들 자신의 멸망을 효과적으로 초래했던 적은 없었다는 것을 나는 말할 수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산들을 옮기실지라도 산들은 깨닫지 못하는 것입니다’” (D’Aubigne, b.7, ch.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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