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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박한 예루살렘의 운명

그분께서는 선에 대하여 악으로, 당신의 사랑에 대하여 미움으로 보답을 받으셨지만 당신의 자비의 사명을 꿋꿋이 행하셨다 (시 109:5 참조). 그분께 은혜를 구한 사람 중에 거절을 당한 사람은 하나도 없었다. 그분께서는 집 없는 방랑자로서 비난을 받고 날마다 궁핍하게 살면서도 가난한 자들을 위하여 봉사하고 사람들의 재난을 덜어 주고 그들로 하여금 생명의 선물을 받아들이게 하시고자 탄원하는 생애를 사셨다. 완고한 자의 마음의 벽에 부딪혀 은혜의 물결이 되돌아올지라도 헤아릴 수 없이 깊은 사랑은 다시 긍휼의 조수가 되어 더 힘 있게 몰려가는 것이었다. 그러나 이스라엘은 가장 좋은 벗이요, 자기들을 도와주실 수 있는 유일하신 분을 버렸다. 그분의 사랑의 간청은 멸시당하고, 그분의 권고는 배척당하고, 그분의 경고는 조소를 받았다.

희망과 사유의 시간은 신속히 지나가고 오랫동안 지체되어 온 하나님의 진노의 잔은 거의 찼다. 배교와 반역의 각 시대를 통하여 쌓여 온 저주의 검은 구름은 형벌 받을 백성에게 바야흐로 내려 덮이려 하고 있었다. 그런데 임박한 멸망에서 그들을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하신 그분은 멸시와 모욕과 거절을 당하셨으며, 얼마 안 있어 십자가에 못 박힘을 당하게 되실 것이었다. 그리스도께서 십자가에 달리시게 되면, 그 때로부터 하나님의 은총과 축복 받는 나라로서의 이스라엘 시대는 끝나게 될 것이었다. 단 한 사람의 영혼일지라도 잃어버리는 것은 온 세계의 이득과 보화를 잃어버리는 것보다 더 큰 불행이다. 그런데 그리스도께서 예루살렘을 내려다보실 때 한 때 하나님의 택하신 곳이요, 특별한 보배가 되었던 그 성과 그 온 백성의 멸망이 그분의 앞에 나타나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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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자들은 이스라엘의 배교와 죄로 말미암아 초래된 무서운 파멸 때문에 울었다. 예레미야는 자기 백성의 딸들이 죽임을 당하고 여호와의 양 무리가 사로잡힘을 인하여 주야로 울었으며, 자기의 눈이 눈물의 샘이 되기를 원하였다 (렘 9:1, 13:17 참조). 하물며 예언적 안목으로 몇 년뿐 아니라 여러 세기의 미래를 내다보시는 이의 슬픔이 어떠하였으랴! 그분께서는 멸망시키는 천사가 검을 들고 참으로 오랫동안 여호와의 거처가 되었던 성을 향하여 서 있는 것을 보셨다. 감람산 위에서, 그분께서는 감람산 골짜기 저편에 있는 성전과 주랑 (柱廊) 들이 티투스 (Titus) 와 그의 군대에게 점령당하는 것을 보셨고, 그 성벽들이 외국의 군대에게 포위당하는 무서운 광경을 눈물 어린 눈으로 내다보셨다. 그분께서는 싸움을 위하여 행진하는 군대의 발자국 소리를 들으셨다. 그분께서는 포위당한 성 중에서 어머니들과 아이들이 먹을 것을 달라고 부르짖는 소리를 들으셨다. 그분께서는 그 아름다운 성전과 궁전들과 탑들이 불꽃에 싸이고 한 때 그것들이 서 있던 그 장소에서 마침내 연기 나는 폐허의 무더기가 되어 버리는 것을 보셨다.

먼 장래를 내다보실 때, 그분께서는 언약의 백성이 거칠고 쓸쓸한 바닷가에 깨어진 배 조각들처럼 각지에 흩어져 있는 광경을 보셨다. 그리고 그들에게 내릴 현세의 보응은, 그들이 마지막 심판의 때에 한 방울도 남김없이 다 마셔야 할 진노의 잔에 비교하면 겨우 한 모금에 지나지 않는 것임을 보셨다. 그리하여 거룩한 동정과 애끓는 사랑은 드디어 비통한 어조가 되어 그분의 입에서 새어나왔다. “예루살렘아 예루살렘아 선지자들을 죽이고 네게 파송된 자들을 돌로 치는 자여 암탉이 그 새끼를 날개 아래 모음같이 내가 네 자녀를 모으려 한 일이 몇 번이냐 그러나 너희가 원치 아니하였도다” (마 23:37). 오, 어떤 나라보다 더욱 많은 은혜를 받은 나라여, 네가 권고하시는 날과 평화에 관한 일을 알았다면 다행이었을 것을! 나는 의의 사자로서 너희 가운데 머물러 있었고, 너희가 회개하도록 호소하였지만 허사가 되었구나. 너희가 거절하고 배척한 이는 단순히 종이나 대리자나 선지자가 아니요, 진실로 이스라엘의 거룩한 분, 곧 너희의 구속주 (救贖主) 시다. 만일 너희가 멸망당한다면, 그 책임은 다만 너희에게 있다. “너희가 영생을 얻기 위하여 내게 오기를 원하지 아니하는도다” (요 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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